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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ego

2011 07 11

싸이 다이어리에 혼잣말 같이 쓴 글이라 반말임을 이해해주세요.^^




나는 일반사람, 아니 운전을 해야만 하는 직업이 아닌 직업을 가진 사람 치고는 운전을 많이 하고 다니는 편이다.

사실 과거형이 더 어울리기는 하지만, 혹은 의사, 그중에서도 레지던트 중 이라며 단서를 달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운전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길은 잘 모르는데 대개가 대구를 오가는 것이기 때문이고 그 마저도 야심한 시각에 다니다 보니 길눈도 어둡다.

오 늘도 영어 학원에 다녀오기 위해 일과가 마치자 마자 대구로 출발해서 3시간여를 학원에서 보내고 귀가하는 차안, 대개는 USB 메모리에 담긴 최신곡이나 운전할때 듣기 좋은 신나는 음악을 듣고 간혹가다 FM라디오를 듣는 경우도 있으며 아주 드물게 오디오를 끄고 달릴때도 있는데 오늘이 그 아주 드물게 있는 날이었다.

왜 아주 드문가 하면 잠에 특히나 취약한 사람으로서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함이 큰 BGM이다 보니 거의 필수적으로 듣고 다니기 때문이고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받을때면 볼륨을 크게 해서 심야의 한산한 고속도로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풀때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월요일이었고 늘 그렇듯 오전부터 일 마칠때 까지, 그리고 학원에 가서도 피곤한 날이었다. 또한 오늘은 일년에 딱 한번있는 매우 특별한 날로서 몇년째 계속 이날은 일년중 가장 컨디션이든 운이든 별로인 날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피곤함은 가중 되었다.

그래서 귀가하는 차 안에서 최신곡 위주의 신나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조용히 생각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오디오를 꺼버렸다.

내차는 2009년 2월식 i30이고 소형(이라 쓰고 준중형이라 읽는다.)차량인 만큼 방음이 아주 잘 되어있지는 않은데 오늘은 그 소리가 거슬리지 않는다. 고속에서의 풍절음도 왠일인지 나를 자극하지 않는다.

뒷 차량의 전조등 불빛이 눈을 자극하는게 싫어 룸미러 각을 올려 반사율을 낮추고 센터페시아의 오디오 불빛도 꺼버렸다. 가솔린 차량이라 원래도 크지 않은 엔진소리가 110km정도로 정속주행하며 rpm을 거의 고정하다 시피 하니 그마저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내차의 전조등에 의해 밝혀진 고속도로와 가로등 불빛, 저 멀리 그림자만 보이는 산과 들과 집들과 간간히 나오는 과속방지 카메라들 뿐이었다. 야심한 밤이다 보니 통행량도 극소수이므로 이 길위에 오롯이 나만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나를 가득 채운다.

이런날이라고 특별히 감성적으로 변하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돌아 다닌다. 아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고개를 들고 또한 그 생각들을 놓치지 않아야 겠다는 의지가 생기면 음악을 끄고 달린다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하겠다.

그래도 정신과 레지던트라고 자유연상을 하며 나의 현재 문제와 그런것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인 근원적인 문제를 찾아가는 사고를 하는 것이 주가된다.

나 의 어린시절, 성장과정, 성인이 된 후, 의사가 된 후를 간략히 살펴보고 어떻게 현재의 내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스스로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런 여러가지 문제들은 물론이고 근본적으로 단점만을 부각시켜서 바라보는 성격적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를 한다.

또한 평생을 두고 고민하게 될 몇몇 중요한,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말할 수도 없고, 말해도 답이 없는 질문 혹은 고민도 한다. 늘 그렇듯 오늘도 역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오늘은 그렇지 않았지만 과도하게 생각을 하는 날이면 인간의 삶의 이유라든가 목적에 대한 것에 까지 미치기도 한다. 우주와 세상만물의 이치에까지 도달할 기세다. 거시적인 시각과 현재의 내 고민이 얼마나 작은 것인가에 대한 전혀 새로울것 없는 깨달음을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더불어 이런저런 다짐을 하기도 한다. 현재의 모습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다짐, 일처리를 하는데 있어서의 다짐 등등 다소 의욕적으로 여러가지 것들을 다짐하고는 결국 차에서 내리면서 곧 잊어버린다.

그렇다. 내가 살아 있는 중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고, 생각 들이지만 차에서 내리며 중단되고 만다. 오늘도 그랬다.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난지도 모르게 시작하고 끝났다.

다 시 무의식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하루가 될지, 1달이 될지, 1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동안 무의식에서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 사실 무의식은 아니고 의식 중에 내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부분 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으니 평소에는 무심코 외면 아니,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 그래, 그럼 다음에 볼때까지 잘 있고, 그런데 다음에는 좀 아프고 힘들더라도 더 오래 만나도록 하자. '

내가 말했다. 아니, 내 생각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게 그거다.

뭐가 옳고 그른지, 현실과 이상의 밸런스와도 같은 미묘함, 모호함이다. 알수없다. 사실 어찌됐든 상관이 없기도 하다.

미묘하게 시작해서 모호하게 끝나곤 하는 이 생각들과의 다음 만남까지의 시간 또한 미묘하고 모호한 상태이다. 그러니까 그냥 쿨하게 모호하고 미묘한 작별인사를 하자.

다음에 또 봐. 이제 꿈꿀 시간이야.